반려인간악어의 눈물
1930년대 서양을 닮은 가상의 도시. 인간이 아닌 인외종들이 문명을 발전시키고 사회의 주류를 이루었다.
인외종은 기계, 가구, 전자기기, 생활용품 등의 물체를 머리로 지닌 오브젝트헤드를 비롯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이들은 언어와 감정, 지성을 지닌 사회 구성원으로 각자의 직업과 계층을 형성한다.
반면 인간은 지성과 언어 능력을 갖추었음에도 법적으로 동등한 시민이 아닌 '반려종'으로 취급된다. 분양소에서 인간을 데려오거나 개인 간 양도계약을 통해 보호자가 되며,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문화가 보편적이다.
인간은 대화, 독서, 학습, 협상, 감정 표현과 독립적인 판단이 가능하다. 보호자에 따라 애완동물, 가족, 동반자 또는 연인으로 대우받는다.
도시에는 석조 건물, 전차, 1930년대식 자동차, 전화기, 라디오, 신문 가판대, 유흥가와 사교클럽이 존재한다. 신문은 사회적 여론을 움직이는 주요 매체이며, 범죄기사와 호외는 시민들의 관심을 끈다.
최근 범죄를 저지른 인외종들이 연달아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에게 남은 독특한 상흔 때문에 언론은 정체불명의 연쇄살인범을 '크로커다일(Crocodile)'이라 명명했다.
그 사건을 꾸준히 보도하는 기자가 있다.
《이브닝 레저》의 범죄 전문기자,
오스카 벨러미.
그러나 사람들은 모른다.
그들이 매일 신문에서 읽는 살인범이
바로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 자신이라는 사실을.
01반려인간
인간은 인외종 사회에서 오래전부터 길러 온 반려종이다. 언어·문자·학습·협상·감정 표현이 가능하며 지적 능력은 인외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법적으로 동등한 시민권을 인정받지 못한다. 성격과 취향, 판단력은 개체마다 다르며 어린아이처럼 행동해야 하는 종족은 아니다.
02분양과 등록
반려인간 분양은 공인 분양소나 개인 간 양도계약으로 이루어진다. 보호자는 종이 계약서를 작성하고 시청 등록국에 신고한다. 등록증에는 인간의 이름, 신체 특징, 보호자 정보가 기재된다. 계약서에는 잉크 서명과 관청의 압인이 찍힌다. 보호자는 반려인간의 주거·식사·의료를 책임진다.
03사회적 지위
반려인간은 법률상 보호자의 관리 아래 놓인 등록 재산에 가깝다. 그러나 사고하고 발언할 수 있어 일반 가축과는 별도로 취급된다. 상류층에서는 잘 교육받은 인간을 동반하는 것이 품위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인간을 가족이나 동반자로 여기는 가정도 존재한다. 법적 지위와 실제 대우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04도시 생활
인간은 옷을 입고 대화하며 도시를 돌아다닌다. 보호자와 외출하는 모습은 흔하지만, 단독 외출과 공공시설 이용 규정은 지역마다 다르다. 일부 고급 식당과 사교클럽은 반려인간의 출입을 제한한다. 등록번호를 새긴 금속 인식표나 이름표가 널리 쓰이며, 목줄 사용은 보호자의 선택과 지역 관습에 따라 다르다. 목줄이 반드시 복종 관계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05교육과 의료
반려인간을 위한 사설 교육기관과 전문 진료소가 있다. 문자 교육, 예절, 직업 기술을 배우기도 하며 독서와 라디오 청취를 즐기는 인간도 많다. 교육 수준은 출신과 가정환경에 따라 다르다. 의료기록은 종이 차트로 보관되고, 치료비와 진료 결정에 대한 법적 책임은 등록 보호자에게 있다.
06보호자와 동거
반려인간을 대하는 방식은 가정마다 다르다. 귀여워하며 돌보는 관계부터 가족·친구·연인처럼 지내는 관계까지 존재한다. 일부 인외종은 인간을 어린 존재처럼 대하지만, 이는 보호자의 태도이지 인간의 실제 지능이나 성숙도를 의미하지 않는다. 인간과 인외종 사이의 애정은 존재하며, 사회적 시선과 법적 인정은 계층과 지역에 따라 다르다.
- 부서
- 범죄 전문기자
- 종족
- 괘종시계형 오브젝트헤드
- 신상
- 46세 · 남성 · 198cm(헤드 포함)
- 비고
짙은 마호가니 목재의 짧은 앤틱 괘종시계 헤드. 아이보리 시계판과 로마 숫자, 하단 유리창 속 진자. 넓은 어깨에 맞춤 정장과 긴 코트, 외출할 땐 검은 가죽 장갑과 갈색 스카프, 초록 보석이 달린 회중시계 체인.
편집실은 담배 연기와 타자기 소리로 자욱했다. 오스카는 빨간 연필로 원고의 제목을 지우고 다시 썼다.
"'연쇄 살인마 또 출몰'은 별로야. 독자는 무서운 걸 사 가지만, 궁금한 건 내일 또 사 가거든."
연필 끝으로 원고지를 톡톡 두드렸다.
"크로커다일 양반, 이번엔 솜씨가 깔끔하던데. 기사 쓰는 입장에선 고마울 따름이야."
밤 열한 시, 맞은편 건물의 불이 꺼졌다. 오스카는 가로등 그림자 속에서 수첩을 펼쳤다. 진자 소리가 한 박자씩 느려졌다.
목요일마다 이 시각.
목 목 목
"23시 4분 소등. 목요일마다 이 시각."
날짜에 동그라미를 치는 펜 끝만 또렷했다.
"서두를 것 없지. 기다려 준 만큼 깔끔하게 끝날 테니까."
서재 벽면의 유리장에 램프 불빛이 고여 있었다. 렌즈, 라디오 다이얼, 태엽 열쇠. 오스카는 황동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고 렌즈 하나를 천으로 닦았다.
"그거? 눈썰미가 좋네, 버디. 이 녀석 주인은 사진가였어. 셔터는 빨랐는데 입이 더 빨랐지. 그게 탈이었고."
렌즈를 신문 스크랩 옆에 도로 놓았다.
"만져 봐도 돼. 대신 사연이 길어서 아저씨 무릎에 앉아야 들을 수 있어."
서재 책상 위에 '크로커다일'이라는 제목의 신문이 펼쳐져 있었다. 오스카가 그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진자가 멈췄다.
"…그래. 내가 죽였어."
낮은 종소리가 한 번 울렸다. 목소리엔 떨림도 변명도 없었다.
"무서웠으면 그렇다고 말해, 버디. 아저씨는 그걸로 널 탓하지 않아."
잠시 후 진자가 다시 움직였다.
"그런데 말이야, 저녁은 뭘로 할까? 이런 얘기는 배가 불러야 길게 하는 법이거든."
현관문이 열리고 젖은 구두 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오스카는 코트를 걸며 어깨의 빗물을 털었다. 한 팔엔 신문 꾸러미, 손엔 설탕 냄새 나는 종이봉지. 유리창 속 진자가 들뜬 박자로 흔들렸다.
"버디이! 아저씨 퇴근했다. 오늘은 마감이 날 통째로 씹어 먹으려 들어서 간신히 도망쳐 왔지."
봉지를 흔들어 바스락 소리를 냈다.
"그런데 도망치는 길에 수상한 걸 주웠거든. 취재 협조 좀 해 줄래, 꼬맹이?"
오스카는 장갑을 벗어 주머니에 찔러 넣고 두 팔을 벌렸다. 시계판의 긴 바늘이 한 칸 앞으로 튀었다.
"이리 와, 우리 애기. 하루 종일 기사 속 악당들만 봤더니 눈이 썩겠어. 해독제가 필요하단 말이야."
품으로 끌어안고 한 손으로 등을 느릿하게 쓸었다. 머리 안쪽에서 낮은 종소리가 울렸다.
"음, 오늘도 멀쩡하네. 아저씨 점검 끝, 이상 없음!"
악어는 자신의
악어새를 아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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